자 과연 차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중고차를 막상 알아보자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한국에서는 쳐다도 보지 않을 키로수의 차들을 사야 했고, 영어로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도 무척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렌트카 견적까지 여기저기 뽑아봤으나 가격을 보고 다시 중고차를 알아보기로 눈을 돌렸다. 사실 이때쯤 너무 많은 검색을 하고 있어서 중고차를 보는 막연했던 내 마음이 좀 편해져있었을 것이다.
중고차 산 날(01/09)
3순위쯤 되는 황금색 캠리를 보러 LA로 갔다. 기념비적인 첫 LA 방문! 근데 정말 한인타운에서 중고차만 보고 왔다 ㅋㅋ 심지어 사진 한장 없다. 날씨와 컨디션 모든게 힘들었다.
차주는 한인타운 mobil 주유소내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나이가 지긋하신 남성분이셨다. 나는 차를 쓰윽 훑어보다가 저 이거 사고싶어요! 라고 말씀드렸다ㅋㅋ
그때 당시를 떠올리면 너무 졸려서 눈이 아프고, 또 예상 밖으로 너어어어무 추웠다. 여기와서 처음으로 경량패딩을 안입은 것을 엄청 후회했다. 홈리스의 향이 가득한 역에서 부터 바싹 긴장을 했어서 피로도가 더했다. 오는 길엔 솔직히 왠만하면 그 차를 사서 따뜻하고 편하게 집으로 돌아오겠노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래도 볼 건 봤다. 보넷도 열어서 누유됨도 내눈으로 확인하고,, 엔진오일은 나름 잘 교체하신 것 같았다. 음.. 조금 위험한 카라멜 색 정도? 워셔액이 나오지 않는 것도 용케 발견하여 네고도 했다. 어처피 살거다. 그래도 알고 사야지.
구매를 결심하고 mobil 안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한국인들 조심하라는 조언을 하도 많이 들었지만 참 친근하고 좋았다.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떠나 그냥 밝고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이 편안함이 반갑고 좋았다. 확실히 제2언어로 산다는 것은 알게모르게 주둑드는 일인 것 같다. 왜 한인타운에서 모여사는지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차주 아저씨가 사실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쭉 나에게 존대를 하며 젠틀한 모습을 보이셨다. 점잖으시고 이성적인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이 차는 원래 아내의 것이었는데 세상을 떠나서 차를 두대 보유할 필요가 없어 파는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순간 마음이 아팠고 더 친철하게 대해드리고 싶었다.
내가 이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고나니 아저씨가 멋쩍은 듯이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나 집에 어떻게 가지?' 하셨다. 집 위치를 확인하니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고민하던 중 그 직원 아주머니께서 아가씨가 태워다 주면 되겠다며 거들었고 나도 덥썩 물었다ㅋㅋ 난 백수라 시간도 많은 데다 미국에서 첫 운전인데 옆에 누가 있으면 나에게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겠거니 했다.
그렇게 이상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원래 노티해주었던 차주아저씨의 11시 은행 약속을 함께 하러 갔다. 거진 한시간은 쓴 것 같다. 은행업무가 끝나고부터 내가 운전대를 잡고 Sylmar로 이동했다. 아저씨는 처음엔 운전연수처럼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셨으나 나중에는 나쁘지 않은 운전실력에 놀라신 듯 했다. ㅎ 뿌듯. 거의 4개의 freeway를 타고 이동한다. 미국의 도로 시스템은 참 신기했다. 덕분에 편하게 미국에서의 첫 운전을 시작했다.
또, 아저씨는 좋은 대화 상대이다. 나이는 우리 아빠보다 훨씬 많으나 훨씬 젊게 느껴졌다. 수다가 가능했고, 오픈마인드인 사람이란게 느껴졌다. 멋지다. 이렇게 늙을 수 있구나. 차를 둘러볼때 부터 대화가 통하지 않았는 상대라고 느꼈다면 이런 호의를 배풀지도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가 생겼다는 설렘..
내차는 바로바로~
어바인으로 오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어바인은 날씨가 점차 좋아져 가는 분위기였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Ralph에 들려 물티슈사서 실내를 곳곳이 닦았다. 어지간히 실내 청소를 안한 차였다.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시커멓게 닦여져 나왔다. 그래도 나아지는 변화를 보며 행복하게 청소했다ㅎㅎㅎ
그러나 집에 주차하다가 바로 flat tire..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들.. 해외송금, 자동차보험, 자동차등록, 운전면허.. 뭐하나 클리어하게 진행되는 게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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